7살엔 한글 무조건 떼야하나?
7살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첫째가 7살이 되자 마자 '한글 뗐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되더라구요. 어제는 아이와 함께 놀이터 가는 길에 학습지 홍보 하시는 분들을 만났어요. 달콤한 사탕과 작은 선물들로 아이들이 가던길을 멈췄고 그렇게 저는 자연스러운 상담을 받게되었어요.
학습지 시작이 답일까?
'학습지 하시나요?' '수학 영어 시작하셨나요?' '집에서 해주시나요?' '한글은 뗐죠?'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 '아니오'를 연발하는 저를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선생님들을 잊을 수가 없네요.
어느순간 연령별, 맞춤형 교육이 당연해진 요즘 사실 저처럼 학습에 열정이 없는 엄마를 찾기가 힘들어졌어요. '아이가 원할 때 해주려구요' '아이가 관심있을 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면 '어머!안돼요!' '애들이 언제 하고 싶어하겠어요!' '엄마가 해줘야줘! 빨리 하세요!' '초등학교가면 아이가 힘들어해요!' 등 걱정을 많이 하더라구요.
상상하는 책읽기가 좋아요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달랐어요. 동화책을 읽을 때 글자가 아닌 그림을 보며 미리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재독을 할 때는 주인공의 대화를 바꿔보며 책에 푹 빠진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얼마전 아이는 글자 없는 동화책을 빌려왔어요. 한글을 몰라서인지, 그 어떤 책보다도 더 흥미를 갖더라구요. 한 번 두 번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감정을 말하며 꽤 긴 시간동안 동화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5살 동생도 옆에서 울먹이며 '엄마 너무 감동적이야 나 혼자 또 볼래~' 라며 동화책을 가지고 가더니 계속 보더라구요.
과연 한글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까? 싶은 시간이었어요. 기다리면 다 때가 온다는 어른들의 말을 육아를 하며 더욱 느껴요. 육아를 하며 가장 중요하면서도 때론 가장 힘든 것은 바로 기다림이 아닐까요?
기다림의 연속
많은 부모들은 신생아 때 부터 아이의 발달 정보들을 찾아보곤해요. 뒤집는 시기, 걷는 시기, 말하는 시기 정말 많죠. 하지만 저는 육아를 하며 그런 것들을 단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어요. 영유아 검진을 통해서도 충분히 아이의 성장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제가 생각했던 가장 적절한 시기는 아이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저는 기다림 육아를 해왔어요. 아이가 뒤집을 수 있을 때 까지, 아이가 걸을 수 있을 때 까지, 그리고 한글을 스스로 읽고 쓸때까지 기다려보려구요. 유치원에서 순서를 기다릴 때 자기 이름을 써놔야 하는 규칙에 따라 물병에 붙어있는 이름 스티커를 보고 6살에 그리듯 쓰기 시작했고 7살인 지금은 스티커를 보지 않고 자기 이름을 쓸 줄 알며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 둘 써보기 시작했거든요.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특해요. 제 아이가 특별해서 일까요? 전혀 아니에요. 아이들은 정말 때가 되면 다 해내더라고요. 신의진 교수님의 강의를 보고 더욱 확신이 들었어요. 뇌가 성장하는 시기를 정말 정확하게 알려주시는데 의학적으로 접근해서 설명해 주시니 더욱 명쾌했답니다.
뇌 과학자가 알려주는 가장 효과적인 시기
좋은 자극은 뇌를 발전하게 도와준다. 뇌발달의 순서가 있다. 만3~5세는 창의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이다. 이 때 글자를 알려주면 창의력을 막을 수 있다. 신의진 교수님의 첫째 아들은 한글을 늦게 떼서 '보라색 버스는 보라색 차고에가요.'라고 표현하는 반면 한글을 일찍 뗀 둘째는 하늘교통이라며 글자를 먼저 봤다고한다. 교수님은 그 때 한글을 먼저 알면 창의성이 부족하구나를 느꼈는데 비슷한 시기 첫째가 만5세일 때 미국으로 갔는데 그 유치원에서는 ABCD를 절대 가르치면 안된다고 했다고한다. 그 이유는 바로 창의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렇듯 선진국 유치원 교육은 글자를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학습적인 부분은 뇌가 준비가 되었을 때 자극을 주면 더욱 효과가 있다. 오은영 박사님께서도 학교가기 6개월 전 한글을 알려주기 적정한 시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6개월이면 시기에 쫓길 수 있으니 넉넉히 1년잡고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는데 너무 신기하게도 7살이 되니 관심이 전혀 없던 아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교재를 사주고 집에서 매일 하루에 한장씩 한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정말 기다리다보니 이런날이 오더라고요. 아무리 피곤한 날도 혼자 스스로 앉아 한글쓰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다려주길 참 잘했다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관심이 없다고 조급하시다면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분명 관심이 생기는 날이 올거에요! 그리고 그 때 부터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하나 둘 시작하시면 정말 스폰지 처럼 모든걸 다 빨아드리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늘 행복하세요 ❤